개여울 > 강촌일기
 
조성욱   Hit : 178, Date : 2020/03/12 21:05
벌금자리 나물의 추억



햇살을 머금은 따뜻한 날 선뜻 스치는 바람에서 봄내음이 번진다.
손바닥만 한 텃밭을 바라보면서 올핸 무얼 심을까? 생각을 해봤다
청양고추와 가지, 토마토 등의 단골 작물외에 뭔가 있을 것 같아 머리를 굴려 보지만
매번 그 정도에서 멈추고 만다.

밭 가장자리에서 반가운 나물인 벌금자리가 소복하게 돋아나고 있다.
어렸을 적 충청북도 청주 외곽의 할아버지댁에서 살 땐 이맘때면 봄나물인 벌금자리를 즐겨 먹었다.
훨씬 이전의 세월엔 보릿고개를 맞아 잔뜩 먹을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나물 벌금자리는
벼룩나물로 불리우고 한방에선 마음을 비우게 하는 나물이라 하여 소무심채 라고도 부른다.

긴 겨울을 보내고 논바닥이나 논둑, 밭고랑에 바짝 붙어서 소담스럽게 돋아나는 벌금자리는
생 겉절이로 무치기도 했고 커다란 그릇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은 비빔밥은 오돌오돌 씹히는
상큼한 맛으로 봄이왔음을 알려주었다.
봄채소가 귀했던 예전 시골에선 상추대신 쌈을 싸서 먹어도 별미였다.

이곳 단양은 강원도와 인접한 탓인지 같은 충청권임에도 벌금자리를 먹지 않는 건 물론이고 흔한
잡초로 볼 뿐 나물로는 처 주지도 않는다.
잎새 크기가 너무 작고 검불 다듬기가 고약하지만 샘물로 깨끗이 씻어 바구니 가득 담긴
벌금자리를 잘 펴서 손에 올리고 보리밥 한 술 크게 얹어 입에 넣으면 요즘처럼 쌈에 따라붙는 삼겹살 등이 없어도
정말 고소하고 특별한 맛이났다.

봄은 분명 곁에왔지만
온나라를 앓게 만드는 역병으로 개운치 않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
속히 가라 앉길 기도하면서 ..........

59.31.19.91
Last Update : 2020/03/1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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